기억조각
봄
한상량
2010. 4. 18. 00:01
얼음보다 차갑고
잘 벼려진 칼날처럼 날카롭고
천년을 지내온 토성보다 견고한
단단한 겨울의 거리를 침범한다.
순간 순간 다가오는
영화속 유령의 그것처럼
부지불식간 일어나는 교통사고처럼
나무 기둥옆 작은 그늘에서
그늘진 숲속 구석에서
건물뒤편 사람이 들지 않는 그늘에서
각개전투를 벌이는 병사들마냥 웅크리고 있던 놈들도
인해전술을 펼쳣다던 중국의 군대처럼
덩어리로 모여있던 놈들도
냄비속 개구리처럼 녹아버렷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꽃잎도 다 떨어 졌다.